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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필리핀 철거 이주민촌에서 봉사로 꽃피운 사랑의 실천

SDGs-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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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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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자전거 삼륜 택시 3대가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뛰쳐나온다. 집집마다 버선발로 나온 아이들이 봉사단원들에게 오늘은 무엇을 가르쳐줄 건지 묻는다.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에서는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필리핀 나가 시(市) 마오그마 빌리지(Maogma Village)에서 소셜벤처 ‘카이나’와 협업해 ‘2018 동계 대학 자체개발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스무 명이 넘는 봉사단원의 이름을 다 외운 아이들

이번 봉사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버스로 13시간 거리인 나가 시(市) 마오그마 빌리지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200여 명의 주민들에게 한국어, 컴퓨터, 체육 등을 가르치고 아픈 이들에게는 의료 혜택을 제공했다. 한양대 봉사단은 총 22명으로 이연희(의류학과) 교수를 포함해 한국어 교육팀 5명, 컴퓨터 교육팀 4명, 체육 교육팀 4명, 니팅팀 3명, 의료팀 3명, 생태관광개발팀 2명이다. 통역을 도와주러 아테네오 대학교(Ateneo de Naga University) 학생 15명, 유에스아이 대학교(The Universidad de Sta. Isabel, USI) 학생 3명이 함께 했다.


▲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필리핀 나가 시(市) 마오그마 빌리지(Maogma Village)에서 ‘2018 동계 대학 자체개발 해외봉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체육팀 주최로 열린 '어린이 체육 대회'에서 봉사 단원들이 손하트를 그리며 미소를 짓고 있다.

학생들 눈에 비친 마오그마 빌리지 첫인상은 따뜻했다. 봉사단원들을 ‘아떼(Ate), 꾸야(Kuya)’로 환영하며 먼저 손잡아 줬다. 필리핀 공용언어인 타갈로그어로 아떼는 언니, 꾸야는 오빠를 뜻한다. 이들의 따뜻한 반김은 한양대 소셜벤처 ‘카이나’의 덕이 컸다(관련기사로 이동 - 필리핀 싱글맘들 위해 ‘한식 프랜차이즈’ 창업한 한양대 학생들). 카이나는 마오그마 빌리지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봉사단을 이끈 한예은사회혁신센터 연구원은 “이번 동계 대학 자체개발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카이나’가 마오그마 빌리지를 지원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까지 마을과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도움이 되는 또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드릴게요

의료팀 눈에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제라드 알레그리(Alegre) 동생 게야(Geya)다. 마을 안에 마땅한 놀이터가 없어 공사장에서 뛰다 못에 발을 찔렸다. 의료팀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는 했지만,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없었다. 해결책으로 3개의 공동 프로그램을 짰다. 놀이터와 농구대를 재정비하는 조경팀, 교회 뒤편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새로 고치는 도서관팀, 마을 집회 장소인 교회의 외벽을 칠하는 페인트팀이다.
 

▲봉사단원들이 마오그마 빌리지 교회 뒤편 어린이 도서관을 재정비하고 있다.


▲한 봉사단원이 마을 집회 장소인 교회의 외벽을 칠하고 있다.


▲ 칠이 벗겨진 놀이터를 재정비하는 조경팀. 페인트 칠과 그네 보수까지 끝낸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 끝나면 바로 찾는 장소 중 하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엑셀, 파워포인트 공부 삼매경  

“선생님, 저희가 들게요. 저 힘세요”. 마을에서 많은 수의 컴퓨터를 구할 수 없기에 컴퓨터 교육팀은 한국에서 노트북 15대를 준비해갔다. 매일 마을에서 숙소까지 노트북 15대를 들고 옮기는 것이 벅차 보였는지 아이들은 수업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으로 힘을 보탰다. 컴퓨터 교육팀은 오후반이었던 셜리(Shirley)와 미셸(Michelle)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셜리와 미셸은 현재 카이나에서 일하고 있다. 가게에 쓰이고 있는 수입지출 장부를 엑셀로 정리하기 위해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한 것이다. 이 둘의 열정은 반 전체의 면학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컴퓨터 교육팀 일원이었던 김경은(실내건축디자인학과 3) 씨는 “학생들에게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심화 단계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근거리무선망(와이파이) 연결 등 현지 인터넷 문제로 교육을 못해 아쉽다”며 “다음 번에는 교육장을 정비해 동영상 보기, 사진 편집 등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컴퓨터 교육팀 팀장 이선주(산업공학과 1) 씨는 “리안(Lian)이 마지막 시간에 수업 때 찍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파워포인트(PPT) 동영상을 만들어줬다”며 “학생마다 타자 속도와 컴퓨터를 다뤄본 경험이 달라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었는데, 지금까지 한 수업들을 응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 컴퓨터 교육팀의 첫 수업 시간. 1주차에는 엑셀을 이용해 가계부를 쓰고, 생활 계획표와  달력을 만들었다. 2주차에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명함을 만들고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 카이나 식당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했다.


▲ 컴퓨터 교육팀 일원이었던 김경은(실내건축디자인학과 3) 씨는 "2주 동안 아이들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며 "한국에 와서도 꽃과 반지를 주면서 반겨주던 아이들이 그립다"고 말했다.


▲ "매일 노트북 15대를 숙소에서 교육장까지 옮겨야 했는데, 마을 입구로 나와 수업준비를 도와준 아이들 덕분에 수월했다"고 컴퓨터 교육팀 팀장 이선주(산업공학과 1,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이) 씨가 말했다.


“한국어 배워 한국 취업 꿈꿔요”

“수업 더 하면 안 돼요? 오늘은 왠지 수업 빨리 끝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바람직한 학생들이 어디 있겠냐 싶겠다마는 한국어 수업 오전반 학생들의 흔한 모습이다. 평균연령 23세로, 같은 나이 또래의 여학생들이 케이 팝(K-pop)을 들으며 공부하니 학습 능률이 높다.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 취업하는 것이 꿈이라는 마리아 리카 바드(Maria Rica Barde) 씨는 수업이 끝나면 항상 “오늘은 숙제 더 없나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열심히 한다.
 
자음과 모음도 몰랐던 첫 수업과는 달리, 2주 차 수업부터는 한국어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수업을 마치면 ‘감사합니다. 선생님’을 외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학생들의 의지도 있었지만, 이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컸다. 한국어 교육팀의 경우 수업 전날 수업계획표를 완벽하게 작성해 공유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 팀원을 학생이라 가정하고 미리 수업을 진행해봤다. 한국어 교육팀 팀장 김도형(글로벌사회경제학과 석사과정) 씨는 “한국에 대한 흥미가 높은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참여도가 높았던 것 같다”며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봉사단이 떠난 이후에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게 워크북을 준비해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필리핀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집에서 노트에 옮겨가며 복습하고 있다. 이들의 빠른 한국어 실력 향상에는 그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 있다.


▲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집에서 복습해온 학생의 노트.


▲ 한국어 교육장과 이 학생들의 집은 트라이시클(자전거 삼륜 택시)을 두 번 갈아타고 한 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고 한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교육장으로 매일 달려온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어 교육팀은 매일 수업을 철저히 준비했다.


‘어린이 체육대회’로 온 마을 주민이 하나 되다

이번 봉사의 명장면은 체육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손이 필요했다. 체육 교육팀이 기획부터 홍보, 운영까지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체육 교육팀 팀장 공민영(영어영문학과 1) 씨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하다 보니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며 “하지만 전체 봉사 단원과 아테네오 대학생들의 도움이 있어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체육팀의 가장 큰 행사였던 체육대회 사진. 림보를 통과하는 아이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 꼬리 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새로운 게임에 마을 아이들 모두가 즐거워했다.


▲ 신문지 접기 게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게임이 모두 끝나고 열심히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선물도 증정했다.


그 다음 마오그마 빌리지 의료 봉사를 위한 밑거름


의료팀의 주 업무는 마오그마 빌리지 가정을 방문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건강과 관련된 사회∙환경적인 요소를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활동 기간 동안 한양대 학생 1명과 USI학생 1명이 짝을 이뤄 매일 5가구를 돌았다. 그 결과 60가구의 건강 상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의료팀 팀장 최다솔(의학과 3) 씨는 “언어 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USI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 해결할 수 있었다”며 “작성한 데이터가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마오그마 빌리지에 대한 지속적인 의학적 관심과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정방문 외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생 교육과 CPR 교육을 진행했다.
 

▲ 의료팀은 마을 아이들의 응급처치를 담당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는 의료팀에 대한 인기가 상당했다.


▲ 아이를 치료하는 의료팀. 의료팀 팀원들은 더 많은 아이들을 치료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마오그마 빌리지 여성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니팅(Knitting)팀과 생태관광개발팀은 막중한 과제를 가지고 필리핀에 도착했다. 바로 마오그마 빌리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익 창출 창구를 만들어 주는 것. 처음 니팅 수업에서 주민들은 코바늘과 실을 잡는 것조차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연희(의류학과) 교수의 수업으로  천천히 가방부터 모자, 파우치, 아기 옷까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니팅팀 팀장을 맡은 김아리(의류학과 석사) 씨는 “참여자들이 모두 50세 이상 고령자로 영어로 교육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니팅이라는 기법이 가장 기본적인 것만 배워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모두 잘 따라와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봉사팀과 함께 니팅(Knitting) 수업에 참여한 필리핀 주민들. 참가자들은 모두 50세 이상 고령자로 영어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고 한다.


▲ 니팅(Knitting) 수업 도중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가방부터 모자, 파우치, 아기 옷까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생태관광개발팀은 현지 생태 자원을 기반으로 관광객들을 위한 코스를 짜고, 주민에게 제공할 관광 교육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참여자가 없었고, 생태관광개발팀은 나가 시의 관광지를 탐방하면서 어떤 곳이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현지답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1주 차에는 나가 지역 천주교 행사 ‘Penefrancia Fiesta’를 조사하기 위해 지역 성당 3곳을 방문했고, 2주 차에는 관광지로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웨이크보드 성지 ‘Camsur Water Complex(CWC)’와 Ecology Park(자연공원) 등을 방문해 조사했다.
 
일회성 봉사가 아닌 꾸준한 봉사로 이어졌으면
 
봉사팀 참가자 공민영씨는 “2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라며 “처음엔 그저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마을 주민분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 씨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봉사단 단원들은 “마오그마 빌리지의 자립을 위해서라도 해외 봉사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체육대회가 끝난 후 사진 찍기 위해 모인 마오그마 빌리지(Maogma Village) 주민들과 한양대 봉사단. 이번 봉사를 시작으로 일회성이 아닌 매년 꾸준히 이뤄지는 봉사로 발전 했으면 한다.

기사 원문 출처 : http://www.hanyang.ac.kr/surl/fx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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