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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및 웰빙
코로나19 위기 초기 ‘마스크 대란’ 기억하시나요? ‘마스크 시민 지도’ 만든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SDGs-0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1-13 11:04
조회
2396
[인터뷰]
코로나19 위기 초기 ‘마스크 대란’ 기억하시나요?
‘마스크 시민 지도’ 만든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이원빈 기자army20160414@gmail.com
정다솜 기자iyou704@naver.com
조은비 기자merongjuice@hanayang.ac.kr
코로나19 사태 초기, 매일 아침 회사로 제시간에 출근하기도 바쁜 정조원(가명) 씨는 약국이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눈을 부비며 줄을 서야만 했다. 당시 온 나라가 일명 ‘마스크 대란’으로 몸살을 앓을 때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출생연도 뒷자리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마스크 요일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 방편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앞 마스크를 사려는 줄은 여전히 길었기에 정 씨는 약국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섰다. 곧 정 씨의 고민은 해결됐다. 누군가가 ‘마스크 시민 지도’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재고 현황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었고, 정 씨와 같은 이들은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됐다. 현재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을 하며 일상을 뺏어가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만은 벌써 ‘옛 추억’이 되었다.
이 마스크 시민 지도를 만든 곳이 바로 ‘커뮤니티매핑 센터’다. ‘커뮤니티매핑’이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의 효용은 정 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경험했다.
‘커뮤니티매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앞서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커뮤니티매핑’의 개발자가 다름 아닌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메헤리 의과대학 교수이자 현 커뮤니티매핑 센터의 대표인 임완수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커뮤니티매핑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임완수 대표를 만났다.
▲임완수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 시민 지도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이게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초기에 회의 중 아이디어가 나와 커뮤니티매핑센터에 계신 분들과 함께 만들게 된 지도예요. ‘마스크 시민 지도’ 프로젝트로 커뮤니티매핑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지요. 초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모두 사용했던 것 같은데 ‘커뮤니티매핑’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요?
“‘커뮤니티매핑’은 우리말로 ‘공동체 지도 만들기’란 뜻이에요.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이 현장에서 수집하고, 이를 지도로 만들어 공유 및 이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관심 있는 분야의 지도 제작에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총칭해 ‘커뮤니티매핑’이란 말을 붙였습니다.”
마스크 시민 지도도 커뮤니티매핑의 하나군요. 커뮤니티매핑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마스크 시민 지도’는 전국 마스크 판매처의 재고현황 데이터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집해 지도로 나타내는 어플이죠. 마스크 시민 지도처럼 시민들이 직접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공유, 가공하는 행위를 시빅해킹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공공기관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공신력을 보장 할 수 있게 되지요. 게다가 시민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것이 장점입니다. 공공기관의 데이터는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 비교적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런 과정을 극복한 것이지요.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들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지요.”
‘커뮤니티매핑’이란 용어도 낯선데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커뮤니티매핑’이란 개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개념을 실현시킨 ‘기술’은 저와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이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기존 기술을 잘 엮어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지요. 기존에 없던 것 중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있는 기술을 가지고 조합해서 새로운 사용을 한다면 그것도 새로운 기술이 됩니다. 마치 있는 재료로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이지요.”
‘커뮤니티매핑’을 이전엔 어디에 적용했는지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요?
“외국에서 진행한 대표적인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는 ‘뉴욕 화장실 지도’, ‘허리케인 샌디’, ‘팟홀 커뮤니티매핑’ 등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메르스 지도’, ‘마스크 시민 지도’, ‘미세먼지 지도’ 등이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로 만든 사례들입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Barrier-Free)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은 대학생 참여자 100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보도를 조금만 살펴보면 시각장애인 음향 신호기, 점자 블록 등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요. 아예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전장치가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곳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일일이 어디가 문제인지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학생들이 일상에서 길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보행 환경 중 문제가 있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Barrier-Free)지도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지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베프지도’ 프로젝트는 교통약자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했어요. 어떤 큰 건물에 나 있는 여러 입구 중 엘리베이터가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인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요? 교통 약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당연하게 이용하는 시설들에서 교통약자들은 휠체어 경사로가 없다거나,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종종 불편함을 겪곤 합니다. 몇몇 시설들은 출입문이 휠체어보다 폭이 좁아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공공시설이나 교육시설 마저도 노후한 곳에는 생각지 못한 불편함이 산재해있습니다. 교통 약자들이 시설을 직접 이용해보기 전 미리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만큼 편리하겠지요. 일반인들이 잘 느끼지 힘든 부분까지 정보화 해 장애인들의 편리를 제공한다는데 사회적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인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 홈페이지,
장애인들의 불편함 해결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으로 공공기관의 사업 예산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을 위한 보행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도 한 몫을 합니다. 이 프로젝트로 공공기관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애인 보행 환경 개선을 시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굉장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후에는 이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프로젝트 참여 방법이 간단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과 부가 정보를 입력만 하면 됩니다. 참여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또 ‘비대면’ 방식이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들은 얼마든지 지금 시기에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입니다. 사람들이 꼭 만나지 않아도 각자의 위치에서 데이터를 올리면 웹 상에서는 같이 모인 것과 같은 거지요. 꼭 만나서 하는 것만이 봉사활동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비대면’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적용 가능한 분야가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센터 스스로도 많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있지만,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 본 사람이 새로운 적용 분야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통통 튀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생각해낸 것 중 재미있는 것을 꼽자면 ‘공용흡연구역 지도’를 제작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흡연구역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내용입니다. 무분별한 몇몇 흡연자들로 인한 문제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요. 이들의 의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는 흡연 구역을 찾아 가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 주변 흡연구역을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어 금연구역에서의 무분별한 흡연을 없애자는 아이디어였는데 정말 좋은 생각이지요. 이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커뮤니티매핑’만의 사회혁신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커뮤니티매핑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지도 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문제 의식을 갖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지도가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들은 함께 변합니다. 지도가 채워지는 만큼 사람도 성장하는 것이지요. 좀 더 내 주변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을 통해 공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거지요. 이것이 커뮤니티매핑이 가져올 사회혁신의 핵심입니다.”
향후 ‘커뮤니티매핑’의 발전 계획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커뮤니티매핑센터는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반면 ‘커뮤니티매핑’ 개념과 기술은 사회에 정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이 기술은 더 쓸모 있어 집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매핑’이 각인될만한 프로젝트가 무엇일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베프지도’ 프로젝트도 사회적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커뮤니티매핑’이 정부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마쳐 정부의 지원으로 전국 단위의 프로젝트를 시행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사회를 바꾸는데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킨다. 커뮤니티매핑은 작은 노력도 극대화시켜 주는 기술이다.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그 힘은 극대화될 것이다. ‘커뮤니티매핑’은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증명한 사례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코로나19 위기 초기 ‘마스크 대란’ 기억하시나요?
‘마스크 시민 지도’ 만든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
이원빈 기자army20160414@gmail.com
정다솜 기자iyou704@naver.com
조은비 기자merongjuice@hanayang.ac.kr
코로나19 사태 초기, 매일 아침 회사로 제시간에 출근하기도 바쁜 정조원(가명) 씨는 약국이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눈을 부비며 줄을 서야만 했다. 당시 온 나라가 일명 ‘마스크 대란’으로 몸살을 앓을 때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출생연도 뒷자리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마스크 요일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 방편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앞 마스크를 사려는 줄은 여전히 길었기에 정 씨는 약국 앞에 새벽부터 줄을 섰다. 곧 정 씨의 고민은 해결됐다. 누군가가 ‘마스크 시민 지도’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재고 현황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었고, 정 씨와 같은 이들은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도 됐다. 현재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을 하며 일상을 뺏어가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만은 벌써 ‘옛 추억’이 되었다.
이 마스크 시민 지도를 만든 곳이 바로 ‘커뮤니티매핑 센터’다. ‘커뮤니티매핑’이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의 효용은 정 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경험했다.
‘커뮤니티매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앞서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커뮤니티매핑’의 개발자가 다름 아닌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메헤리 의과대학 교수이자 현 커뮤니티매핑 센터의 대표인 임완수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커뮤니티매핑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임완수 대표를 만났다.
▲임완수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 시민 지도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이게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될 초기에 회의 중 아이디어가 나와 커뮤니티매핑센터에 계신 분들과 함께 만들게 된 지도예요. ‘마스크 시민 지도’ 프로젝트로 커뮤니티매핑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지요. 초기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모두 사용했던 것 같은데 ‘커뮤니티매핑’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요?
“‘커뮤니티매핑’은 우리말로 ‘공동체 지도 만들기’란 뜻이에요.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이 현장에서 수집하고, 이를 지도로 만들어 공유 및 이용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관심 있는 분야의 지도 제작에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총칭해 ‘커뮤니티매핑’이란 말을 붙였습니다.”
마스크 시민 지도도 커뮤니티매핑의 하나군요. 커뮤니티매핑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마스크 시민 지도’는 전국 마스크 판매처의 재고현황 데이터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수집해 지도로 나타내는 어플이죠. 마스크 시민 지도처럼 시민들이 직접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공유, 가공하는 행위를 시빅해킹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공공기관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공신력을 보장 할 수 있게 되지요. 게다가 시민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것이 장점입니다. 공공기관의 데이터는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 비교적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런 과정을 극복한 것이지요.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들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지요.”
‘커뮤니티매핑’이란 용어도 낯선데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커뮤니티매핑’이란 개념은 제가 만들어 낸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개념을 실현시킨 ‘기술’은 저와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이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기존 기술을 잘 엮어서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지요. 기존에 없던 것 중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있는 기술을 가지고 조합해서 새로운 사용을 한다면 그것도 새로운 기술이 됩니다. 마치 있는 재료로 새로운 레시피의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이지요.”
‘커뮤니티매핑’을 이전엔 어디에 적용했는지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지요?
“외국에서 진행한 대표적인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는 ‘뉴욕 화장실 지도’, ‘허리케인 샌디’, ‘팟홀 커뮤니티매핑’ 등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메르스 지도’, ‘마스크 시민 지도’, ‘미세먼지 지도’ 등이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로 만든 사례들입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와 협력해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Barrier-Free)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은 대학생 참여자 100명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보도를 조금만 살펴보면 시각장애인 음향 신호기, 점자 블록 등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요. 아예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전장치가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곳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일일이 어디가 문제인지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학생들이 일상에서 길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보행 환경 중 문제가 있는 곳을 지도에 표시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Barrier-Free)지도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지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베프지도’ 프로젝트는 교통약자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고안했어요. 어떤 큰 건물에 나 있는 여러 입구 중 엘리베이터가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인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요? 교통 약자들은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당연하게 이용하는 시설들에서 교통약자들은 휠체어 경사로가 없다거나,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종종 불편함을 겪곤 합니다. 몇몇 시설들은 출입문이 휠체어보다 폭이 좁아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공공시설이나 교육시설 마저도 노후한 곳에는 생각지 못한 불편함이 산재해있습니다. 교통 약자들이 시설을 직접 이용해보기 전 미리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만큼 편리하겠지요. 일반인들이 잘 느끼지 힘든 부분까지 정보화 해 장애인들의 편리를 제공한다는데 사회적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인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 홈페이지,
장애인들의 불편함 해결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커뮤니티매핑’으로 공공기관의 사업 예산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을 위한 보행 환경이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도 있지만, 사업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도 한 몫을 합니다. 이 프로젝트로 공공기관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장애인 보행 환경 개선을 시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굉장한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차후에는 이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프로젝트 참여 방법이 간단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과 부가 정보를 입력만 하면 됩니다. 참여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또 ‘비대면’ 방식이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들은 얼마든지 지금 시기에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입니다. 사람들이 꼭 만나지 않아도 각자의 위치에서 데이터를 올리면 웹 상에서는 같이 모인 것과 같은 거지요. 꼭 만나서 하는 것만이 봉사활동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비대면’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적용 가능한 분야가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센터 스스로도 많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있지만, 프로젝트에 참여를 해 본 사람이 새로운 적용 분야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통통 튀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직접 생각해낸 것 중 재미있는 것을 꼽자면 ‘공용흡연구역 지도’를 제작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흡연구역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내용입니다. 무분별한 몇몇 흡연자들로 인한 문제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요. 이들의 의식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는 흡연 구역을 찾아 가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 주변 흡연구역을 알려주는 지도를 만들어 금연구역에서의 무분별한 흡연을 없애자는 아이디어였는데 정말 좋은 생각이지요. 이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커뮤니티매핑’만의 사회혁신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커뮤니티매핑은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지도 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문제 의식을 갖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지도가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한 사람들은 함께 변합니다. 지도가 채워지는 만큼 사람도 성장하는 것이지요. 좀 더 내 주변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을 통해 공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거지요. 이것이 커뮤니티매핑이 가져올 사회혁신의 핵심입니다.”
향후 ‘커뮤니티매핑’의 발전 계획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커뮤니티매핑센터는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반면 ‘커뮤니티매핑’ 개념과 기술은 사회에 정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이 기술은 더 쓸모 있어 집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매핑’이 각인될만한 프로젝트가 무엇일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베프지도’ 프로젝트도 사회적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커뮤니티매핑’이 정부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마쳐 정부의 지원으로 전국 단위의 프로젝트를 시행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사회를 바꾸는데는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킨다. 커뮤니티매핑은 작은 노력도 극대화시켜 주는 기술이다.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해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그 힘은 극대화될 것이다. ‘커뮤니티매핑’은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증명한 사례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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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 2021.01.10 | 0 | 1654 |